2016. 7. 1. 23:38ㆍ스포츠/대전시티즌
애초에 김은중 은퇴경기를 한다고 했을 때 별로 갈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김은중 은퇴 기념 굿즈 패키지 구매도 하지 않았다.
대전의 창단멤버로 FA컵 우승을 안겨준 선수, 강등된 2014년 K리그 챌린지로 복귀하며 승격을 이끌고 선수생활을 마무리.
스토리는 완벽했다.
근데... 이상하게 덤덤하더라.
은퇴 경기 당일 오전까지만...
나도 모르게 경기장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나더니 결국 경기시간에 늦을까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김은중이라는 이름에 걸맞을만한 관중 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상하리만큼 포근했다.
차라리 화려하고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은퇴식 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시작 전 간단하게나마 기념액자 전달식을 했는데 그것이 은퇴식의 끝인가? 싶은 생각에 이제는 섭섭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 편은 완벽하다고 할만큼 훌륭한 각본의 은퇴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프타임의 은퇴식이 시작되기 전 까지 그래도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대전에서 해서 다행이다.. 잘됐다.. 행복하겠다.. 고마웠다.. 라는 생각에 그저 덤덤할 것 같았던 내가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비록 일본, 안양, 서울, 강원, 포항 많은 팀을 거치며 방랑생활을 하긴 했어도 김은중이라는 선수의 의미는 어쩔 수 없었나보다.
리그 최하위 팀이었지만 똘똘 뭉쳐 이뤘던, 그리고 김은중의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숨겨왔던 사실이 밝혀지며 더 의미가 깊었던 FA컵 우승.
하지만 다음해에 단 1승으로 시즌을 마감하며 직면한 해체소식.
그러나 서포터와 함께 똘똘 뭉쳐 바로 다음 시즌 축구특별시라는 별명을 얻게 만들었던 감동적이었던 순간.
대전시티즌의 시작부터 함께 하며 가장 불운하고 불행했던 최악의 시간과, 가장 행복했던 최고의 시간을 함께 하고 만들어준 선수였기에 애써 감추려 했던 김은중에 대한 감정은 결국 하프타임 은퇴식 때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터져버린 감정은 두 눈에 살짝 고인 눈물로 그의 은퇴를 함께 했다.
2014년 복귀했을 때, 이미 기량이 쇠퇴한 그저 그런 노장 선수였지만 팀 스피릿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최정상급 스타 선수의 임팩트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압도적인 성적으로의 승격.
물론 괴물 아드리아노와 다른 선수들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팀을 강하게 만든 김은중의 존재가 있었음은 당연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은중은 후반 교체로 출전하여 최선을 다하여 뛰었다.
그리고 멋진 헤딩골을 집어넣으며 본인 스스로의 선수생활 마무리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그와 더불어 나에게도 더 깊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좋았던 기억으로 김은중은 그렇게 각인이 되었다.
그의 시작과 끝을 모두 현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
나 역시도 행운아가 아닐까 싶다.
Thank You Sharp!!!
Thank You No.18!!!
I love you Eun-Joong!!!
PHOTO by 쵸파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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